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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환경 이야기

쓰지도 않는 데, 많아도 너무 많다.

by 늘품산벗 2025. 2. 28.
  • 2024.09.27 

필기구에 대한 애착이 있다. 아직도 아날로그식으로 그날 일정을 다이어리에 빼곡히 적는 습관을 가진 필자는 작은 글씨를 쓰기 위하여 얇게 나오고 술술 써지는 펜을 좋아한다.



책상 앞 연필꽂이에 있는 필자의 수많은 필기구.
그러다 보니 특정한 펜을 색깔별로 모으기 시작했다. 어쩌다 그 펜을 잃어버리거나, 필통을 갖고 나오지 않은 날은 종일 불안하기까지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책상 앞 연필꽂이에 수많은 필기구가 꽂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서랍 속에 연필, 볼펜, 샤프, 만년필, 매직, 색연필, 사인펜, 네임펜 등 수도 없이 많은 필기구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중에는 내가 일부러 돈을 주고 산 것도 있지만 대부분 어디에서 굴러왔는지조차 모르는 펜들도 많았다.

그 많은 펜을 보며 결심했다. 이것들을 다 써서 버리기 전까지 다시는 새 펜을 사지 않겠노라고. 물론 내 맘에 쏙 드는, 내 필기 습관에 맞아 떨어지는 펜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비슷한 느낌과 굵기, 비슷한 색깔은 넘어가기로 했다. 당분간 나의 스타일을 접어두기로 했다.

대부분의 필기구는 연필을 제외하고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고장이 나거나 심이 나오지 않아 버리게 되면, 플라스틱 본체에 플라스틱 심지, 고무 손잡이나 쇠 스프링이 포함된 필기구는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에 일반 쓰레기로 처리해야 한다.

작은 플라스틱 제품은 분류되는 과정에서 누락되기 쉽기 때문에, 그리고 여러 가지 성질의 플라스틱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재활용되지 않고 일반쓰레기로 분류되어 태워지는 것이다. 그것은 곧 탄소를 만들어 내어 온실가스가 되어 공기를 데워 기후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현재 각종 정보를 보면, ‘필기구들은 보통 재활용되지 않으니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한다’에서 그친다. 분리배출을 잘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게 분명 아님에도 말이다. 해답은 명확하다. 분리배출, 분리수거가 해답이 아니라 애초부터 쓰레기가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 정답이다.

하지만 아예 사용하지 않을 수 없으니 발생하는 쓰레기 양을 적게 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가 찾은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다.

그렇다면 살펴보자. 과연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작고 흔한 필기구라 하여 너무 남용하고 있지 않은지. 필기구는 생필품 중에 하나니 마구 만들어도, 나눠줘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기념품으로 만들어지는 펜에 대해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물건이라 생각해서 만들어내는 거 같긴 한데, 문제는 그런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는 것이다. 너무 많다. 꼭 필요하지 않아도 손에 잡히면, 누가 주면 그냥 스스럼없이 받아오게 되는 것이 볼펜과 같은 필기구다.

좋아하는 스타일의 펜들이 분명 있다. 그러나 그 펜들을 고집하기보다 이젠 집안에서 굴러다니는 펜들을 먼저 소화하기로 했다. 있는 펜들을 다 쓰기 전까지 새로운 펜을 사지 않기로 했다. 기념품으로 받아오는 것도 기꺼이 사양하겠다고.

네모난 연필통에서, 서랍 안에서, 필통 안에서 잉크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다 쓴 펜들을 버리게 될 때(물론 이것도 태워져 탄소를 발생시키겠지만), 내가 참고 이 펜을 사용하는 동안 더 만들어냈을 탄소를 줄였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잘 참았다’ 셀프 칭찬을 한다.

출처 : 용인시민신문(https://www.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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