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9.05.01 09:43
우리 조상들은 오랫동안 농사일을 하며 살아오다 보니 나이가 들면 무릎과 허리가 많이 아팠을 거다. 그래서 그런 관절과 뼈에 좋은 약초에 일찍부터 관심이 생기고 곁에 두고 싶어 했다. 봄마다 나무 수액을 받아 ‘골리수’라 부르며 먹었던 고로쇠나무, ‘접골목’이라는 이름의 딱총나무와 덧나무 등이 그것들이다. 또한 여기 이름부터 심상치않은 ‘골담초’라는 이름을 가진 나무가 있다.
골담초는 아주 옛날 중국에서 들어온 꽃나무라고 전해지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무리지어 숲에서 자생하고 있는 것이 발견돼 자체적으로 퍼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다. 이름에 충실해서 뼈와 관계되는 약재로 많이 쓰인다. 피는 꽃이 노란색이라 금작목, 금작화, 금계인, 또 의미 모를 선비화라는 이름도 있는데 골담초라는 이름이 가장 유명하다.
나무임에도 이름 끝에 풀을 뜻하는 ‘초’자가 붙었다. 어쩌면 골담초가 키는 그리 크지 않고, 위로 반듯하게 자라기보다 옆으로 늘어져 자라는 모습을 보여 그런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까. 그래도 분명한 나무의 특성을 가진 나무임을 인정해줘야 한다. 비슷한 예로 많은 사람들이 ‘인동초’라고 잘못 알고 있는 인동은 사실 겨울에도 줄기와 잎이 남아있는 덩굴성나무이다. 반대로 대나무는 풀임에도 불구하고 나무라는 이름표를 가졌다. 그러니까 이름만 보고 판단하면 안된다는 진리가 자연에도 있다.
봄이 무르익을 때쯤 피기 시작하는 골담초 꽃은 아까시나무 꽃과 비슷하다. 아마 같은 콩과식물이다 보니 그러한 생김새를 갖게 됐나 보다. 콩과식물은 열매가 콩꼬투리 모양으로 생긴다고 해서 한 식구로 묶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완두콩, 작두콩, 서리태 등 수 많은 콩과 아까시나무, 박태기나무, 등나무, 칡, 자귀나무 등이 콩과식물이다. 이 중 자귀나무만 유난히 독특한 모양의 꽃을 가졌고, 나머지 식물들의 꽃은 조금씩 비슷하게 생겼다. 이 중 골담초 꽃은 나비와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데 노랑나비가 네 개의 날개를 쫙 펼치고 앉아있는 것처럼 보여서 그런가보다. 시간이 지나면 노란 꽃이 붉게 변하며 시든다. 열매는 가을에 달린다.
햇빛 잘 드는 돌담가나 척박한 땅에서도 가리지 않고 잘 자라기에 마당 한 켠에 키우기도 하지만 워낙 가지로 삽목해도 뿌리를 잘 내리는 특성 때문에 울타리로도 사랑받는다. 약재로서 워낙 쓰임새가 많기 때문에 집이나 오래된 사찰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 도시에서는 자연마을이 별로 없기에 공원에나 가야 귀하게 볼 수 있을 정도이고, 시골 마을엔 아직 간간이 볼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필자가 처음 골담초를 본 것은 동네 초등학교와 시골집 울타리에서였다. 개나리와 쥐똥나무로 울타리를 쭉 만들어놓았는데 거기에 골담초가 조금 섞여 들어가 자라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엔 같은 노란 꽃이니 그냥 개나리일 거라 지나쳤을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나비를 닮은 노란색 꽃이 사람들 시선을 끌기에 충분할 만큼 예쁘게 생겼다. 꽃을 보고 가까이 갔지만 이내 귀엽게 생긴 잎에도 눈이 간다. 네 개의 작은 잎이 모여 달려 하나의 잎을 이루는데 먼저 나온 두 개의 잎이 토끼의 귀마냥 타원형으로 볼록 솟아있다. 하지만 노랑 꽃이 예쁘고 잎이 귀엽다고 무심코 손을 내밀다간 날카로운 가시에 깜짝 놀란다. 골담초가 그리 호락호락 제 몸을 내어주지 않을 심산으로 자신을 지키기 위한 가시를 줄기에 만들어놓았다. 꽤 길고 날카로우니 조심해야 한다.
노란 골담초 꽃은 그냥 생으로 먹기도 하고, 샐러드나 비빔밥에 얹으면 아주 예쁘다. 쌀가루와 섞어서 떡을 쪄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쑥버무리와 진달래화전은 이미 많이 먹어 익숙해진 필자의 질린 입맛은 이번엔 골담초를 넣은 비빔밥과 샐러드에 도전해 보려 한다. 봄엔 나물도 많지만 먹을 수 있는 꽃도 많으니 부지런해야 그런 호사를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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